그렇지 않습니다.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에서 '폐암 등'이라는 말을 전혀 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학생 4명(박영환, 양병호, 우진섭, 이은섭)이 상을 탔을 때 "이은섭 외 3명이 상을 탔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은섭 등 4명이 상을 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폐암 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등(等)'은 둘 이상 나열한 다음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말만 있을 때라도 그다지 무리 없이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1) 가. 그 화재로 당구장 등이 피해를 입었다.
나. 지진으로 건물 등이 무너졌다.
(2) 가. 전염병으로 돼지 등이 폐사하였다.
나. 교통사고로 사람 등이 다쳤다.
(3) 가. 문구점에서 연필 등을 샀다.
나. 요즘 차(車) 등이 품질이 좋아졌다.
위의 예문 중 (1), (2), (3)의 '가'에서는 '등'의 쓰임새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1), (2), (3)의 '나'에서는 '등'의 쓰임이 그리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의 예문들은 다음과 같이 풀어 쓸 수 있습니다.
(1)' 가. 그 화재로 당구장 등(세탁소, 사진관, 미술 학원, 이발관......)이 피해를 입었다.
나. 지진으로 건물 등이 무너졌다.
(2)' 가. 전염병으로 돼지 등(닭, 오리, 토끼......)이 폐사하였다.
나. 교통사고로 사람 등이 다쳤다.
(3)' 가. 문구점에서 연필 등(공책, 책받침, 크레파스......)을 샀다.
나. 요즘 차(車) 등이 품질이 좋아졌다.
위의 예문을 보면 (1)', (2)', (3)'의 '가'는 '등'에 해당되는 다른 말들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 (2)', (3)'의 '나'는 '등'에 해당되는 말들이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양쪽을 비교해 볼 때 각 예의 '가'에 쓰인 '등'의 앞의 말은 그들 각 예의 '나'에 쓰인 말에 비하여 다른 대상과 쉽게 무리 지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즉 (1)'의 '당구장'은 상용(商用) 건물로서 '세탁소, 사진관, 미술학원, 이발관......'과 (2)'의 '돼지'는 가축으로서 '닭, 오리, 토끼......'와, (3)'의 '연필'은 학용품으로서 '공책, 책받침, 크레파스......'와 각각 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등'은 둘 이상의 말을 나열한 다음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으나 하나의 말 뒤라도 그것이 일정한 성격을 가지고 다른 대상과 함께 무리 지어 있는 사물이어서 다른 대상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경우라면 '등'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배를 피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암'이 아닌 다른 질병도 있을 경우라면 '폐암 등'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폐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가 더욱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