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다 죽게 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몰살당하다’를 수식하는 말로, ‘몰아서 한 차례에. 또는 죄다 동시에.’라는 뜻을 나타내는 ‘한꺼번에’를 쓰면 의미가 중복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이러한 의미의 중복이 일어나는 표현들을 모두 틀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말은 뜻글자인 한자어와 소리글자인 고유어가 어울려 쓰이면서 부분적으로 의미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미 중복 문제와 관련하여, ‘범행하다, 피해되다, 시범하다’와 같이 쓰기보다는 ‘범행을 저지르다, 피해를 입다, 시범을 보이다’와 같이 더 많이 쓰는 것과는 달리, ‘몰살’은 ‘한꺼번에 몰살당하다(몰살하다), 모두 몰살당하다(몰살하다), 모조리 몰살당하다(몰살하다)’와 같이 부사 '한꺼번에, 모두, 모조리' 등의 수식을 받는 구조로는 잘 쓰이지 않고 ‘몰살당하다(몰살하다)’만 써서 그 뜻을 나타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보기> ‘몰살’의 용례 베트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오던 농부 쑤안의 가족이 네 살 난 아이까지 모두 게릴라들에게 몰살을 당했다.≪안정효, 하얀 전쟁≫ //이 진지를 버리는 순간이 전원 몰살하는 시간으로 될 것이다.≪이병주, 지리산≫ 백만 군사가 몰살을 하니, 모사도 허사가 되고 장수 또한 공수가 되었다. 마을 뒷산에 사태가 나 무려 다섯 집이 흙더미 속에 묻혀 몰살을 한 마을이었다.≪전상국, 달평 씨의 두 번째 죽음≫ 통영은 어떤 곳이었던가. 이순신 충무공이 좌정했던 곳이며 왜적이 몰살당한 고장이다.≪박경리, 토지≫ 당나라 군사는 지하로 굴을 파서 성안으로 돌출하려다가 수백 명이 몰살을 하는 참변을 당하였다.≪홍효민, 신라 통일≫ 수군 단독으로 전선으로 출군한다면 아마도 몰살할 것이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