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맞는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하게 마련이다'와 '-하기 마련이다'를 모두 쓰고 있습니다.
'-하게 마련이다'의 '-게'는 동사에서는 어떤 목표나 행동의 미침을 나타내고 형용사에서는 어떤 움직임의 모양(상태, 성질)이나 기준을 나타냅니다. 이는 '-게' 다음에 이어지는 동사나 형용사가 의미상 이를 뒷받침해 준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오게 하다', '가게 되다', '잘 자라게 거름을 주다'는 전자의 예이고, '아름답게 핀 꽃', '맛있게 장만하다', '눈부시게 희다'는 후자의 예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전에서는 종결어미가 아닌 경우의 '-게'는 연결어미 '-도록'과 용법이 비슷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게'의 뒤에 동사나 형용사가 연결된다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습니다.
한편, '-기'는 '이다'나 동사, 형용사의 어간에 붙어서 명사형을 만드는 전성어미인데 "가기도 잘도 간다.", "일하기가 쉽다.", "희기가 눈 같다." 등으로 쓰입니다. 이때의 '-기'는 모두 체언처럼 쓰여서 조사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는 이 외에도 '명사+이다'와 통합하여 어떤 것을 지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 '-도록'보다 '-기'에 '명사+이다'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것을 예로 보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기 나름이다 |
*-하게 나름이다 |
*-하도록 나름이다 |
-하기 때문이다 |
*-하게 때문이다 |
*-하도록 때문이다 |
-하기 십상(十常)이다 |
*-하게 십상이다 |
*-하도록 십상이다 |
-하기 마련이다 |
*-하게 마련이다 |
*-하도록 마련이다 |
위에서 '나름', '때문'은 의존 명사이고 '십상'은 '십상팔구'(十常八九: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의 약어로서 보통명사이며, '마련'은 보통명사이면서 의존 명사로도 쓰이는데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하다'가 붙어 동사 '마련하다'의 파생이 가능합니다. 위의 '마련'은 물론 의존 명사로 쓰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예는 '명사+이다'의 형태를 '-기' 다음에 쓰면 아주 자연스러운 반면, 이를 '-게'나 '-도록' 다음에 쓰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게'나 '-도록' 뒤에 동사나 형용사가 붙은 '-게/-도록+용언'의 형태가 의미상 동작의 목표나 상태의 기준을 나타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기' 뒤에 명사 서술어가 붙은 '-기+(명사+이다)'의 형태는 이와 같은 의미가 없이 단순히 지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작성이나 상태성을 전제로 하는 '-게/도록'과 단순히 지정하는 기능을 가지는 '명사+이다'와는 서로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면 둘 다 맞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하기 마련이다'가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