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이 맞습니다. 물론 '후라이팬'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만 올바른 표기가 아닙니다. 원래 영어에서는 frying pan[fraing p n]이므로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을 적용하면 '프라잉 팬'이지만 이렇게까지 원어에 충실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f]는 'ㅍ(모음 앞)/프(어말과 자음 앞)'에 대응시키는 원칙이 있으므로 이에 따라 '프라이팬'이 되는 것입니다.
[f] 소리는 윗니와 아랫입술을 접근시킨 채 그 사이로 공기를 마찰시키며 내는 소리인데 대부분의 인구어에는 있는 소리이지만 국어에는 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이 소리를 가진 외국 말을 한글로 표기할 때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f]와 가까운 국어의 소리는 'ㅍ'과 'ㅎ(후)'입니다. 'ㅍ'은 두입술파열음으로서 [f]와 조음 위치가 비슷하고, '후'의 'ㅎ'은 두입술마찰음으로서 조음 방법과 조음 위치가 모두 비슷합니다. 따라서 'ㅎ(후)'가 'ㅍ'보다 [f]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f]를 'ㅎ(후)'에 대응시키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f]는 모음 앞에 오는 경우, [l], [r]앞에 오는 경우, 어말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음 앞에 오는 경우와[l],[r]앞에 오는 경우 'ㅎ(후)'에 대응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어말의 경우에는 '후'로는 도저히 옮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graph, scarf 등을 '그래후', '스카후'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즉 어말에서는 [f]는 '프'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모음 앞과 자음 앞에서는 'ㅎ(후)'로 옮기고 어말에서는 '프'로 옮긴다면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는 기본 원칙과 어긋나게 됩니다. 사실은 [f]가 [l]이나 [r]앞에 올 때에도 '후'로 옮기는 것은 많은 단어의 경우에 있어 어색한 어형을 낳습니다. 'flask, floor, flow, flute, fly, France, free kick, Freon gas, front'를 '훌라스크, 훌로어, 훌로, 훌루트, 훌라이, 후랑스, 후리 킥, 후레온 가스, 후런트'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모음 앞의 경우에도 [f]를 'ㅎ(후)'로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어형을 많이 낳습니다. 'fanfare, fascio, folk dance, form, fork, foul'을 '황하르, 화쇼, 훠크 댄스, 훰, 훠크, 화울'이라고 하는 것은 언중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f]는 모음 앞에서는 'ㅍ',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프'로 옮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되는 것입니다.
'피겨 스케이팅, 퓨즈, 플래시, 필름'과 같이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 이미 'ㅍ/프'로 굳어져 있는 만큼 단지 원음과 조금 더 가깝다는 이유에서 [f]를 'ㅎ(후)'로 옮기는 것은 외래어 표기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요즘 '훼미리 아파트', '훼미리 쥬스', '화이브 미니'와 같은 말을 광고에서 보게 되는데 이러한 말은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말로서 '패밀리 아파트', '패밀리 주스', '파이브 미니'로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