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는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의미가 비슷한 말들은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의미가 같기는 하지만 상호 간에 의미 차이가 없지 않습니다. 또 단어마다 비슷한 정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거의 의미 차이를 알기 힘든 정도로 의미가 비슷한 경우도 있으며, 의미 차이가 쉽게 느껴질 정도로 의미상에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단어 사이의 이런 관계를 동의관계(同義關係)라고 하기도 하나 보통 유의관계(類義關係)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 사이에는 모든 문맥에서 완전히 대체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같은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의관계를 맺고 있는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문맥에서 적절한 단어를 골라 사용한다면 언어생활이 훨씬 풍요롭게 되겠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오히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한자어의 경우는 한자어의 특성상 의미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발음도 비슷한 단어들이 존재하여 이들이 어떻게 의미가 다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의어를 모아 그 의미 차이를 자세히 밝혀 주는 사전이 나오면 도움이 될 텐데 아직 국어에 대해서는 그런 사전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의미 차이를 알기 어려운 경우 그 단어들이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의미 차이를 훨씬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문맥에서는 유의관계에 있는 다른 단어로 바꾸어도 의미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 하더라도, 다른 문맥을 비교해 보면 한 단어만 올 수 있는 문맥이거나 다른 단어로 바꿀 때 의미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운영'과 '운용'을 보면 '운영'은 '학교, 당, 기업, 상점, 학회, 대회' 등과 어울려 사용되지만 '운용'은 '기금, 예산, 물품' 등과 어울려 사용됩니다.
두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 때문에 이처럼 사용되는 문맥이 다른 것입니다. 이러한 문맥상의 차이에 근거하여 의미를 생각해 보면 둘 다 무엇인가를 움직여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공통적이지만, '운영'은 조직이나 기구 등의 대상을 관리하면서 움직여 감을 의미하는 데 비해 '운용'은 대상을 움직여 가면서 사용함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존'과 '보전'의 경우는 각각 홀로 쓰이는 문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의미 차이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일례로 최근 들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을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문맥이 다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토'는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화재'는 그냥 놔두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영토를 보전한다는 말에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말에는 앞으로의 상태에 대한 관심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보존'과 '보전'이 무엇을 지킨다는 의미를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보존'에는 그냥 놔두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대상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있고, '보전'은 현재의 상태를 지켜서 앞으로도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과 '계발'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개발
①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듦.
②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
③ 산업이나 경제 따위를 발전하게 함.
④ 새로운 물건이나 생각 따위를 만듦.
계발: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두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계발'이 사용 범위가 좁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계발'은 '능력, 재질, 재능' 등 인간에게만 속성을 가리키는 말들에 국한되어 어울립니다. 이에 비해 '개발'은 '기술, 경제, 책, 제품, 국토, 인력' 등 주로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들과 어울리지만, 때로는 '능력, 재능' 등의 단어와도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발'의 ②가 이 점을 반영한 뜻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의미는 '계발'의 의미와 거의 같습니다. 따라서 '개발'이 의미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과 '계발'을 비교해 보면 모두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공통적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계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무엇은 잠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개발'에는 이러한 전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개발'은 단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만 있지만 '계발'은 잠재되어 있는 속성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능력'이 전혀 없지만 '개발'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계발'하겠다고 말하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이러한 의미 차이 때문입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