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부러운 남자다. 비록 가난한 집시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출신은 그에게 그 어떤 방해도 되지 않았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데마시아와 녹서스의 불법 도박장을 넘나들며 카드 사기를 쳤고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게다가 운은 또 대단히 좋아서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도 어찌어찌 탈출할 수 있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경찰의 수사망을 매번 그토록 유유히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돈도 많고 운도 좋고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에게도 어릴 때부터 갈망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마법 조종의 힘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품고 살아가던 어느 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자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마법 실험을 시행한다는 것이 아닌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타고난 도박사답게 누구보다 먼저 실험 대상으로 자원하고 나섰다. 악명 높은 재비어 라스 박사의 실험체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도박이었다. 박사도, 실험대상도 그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모든 게 송두리째 바뀔지도, 바뀌지 않을지도, 최악의 경우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드시 고통이 따르게 될 건 뻔했다.
하지만 이런 것쯤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에게 있어선 고난 축에도 끼지 않았다. 그는 마법의 힘에 대한 갈망으로 실험의 모진 고통을 전부 이겨냈다. 그러나 실험은 아무 효과도 없이 무의미하게 끝나버렸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지독한 허탈함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길길이 날뛰면서 연구원들을 해치우려는 찰나,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험실에서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버렸다. 행운의 여신이 또 한 번 자신의 편에 섰음을 깨달은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전쟁 학회에서 타고난 운과 난봉꾼다운 매력을 한껏 뽐내며 특히 도박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라스 박사와의 재회만은 극구 피하고 있지만, 트위스티드 페이트 자신도 박사와의 만남을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미래란 불확실한 것이지만,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자신의 미래가 카드 속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