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종족 다르킨은 지금까지 최후의 5인만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다섯 중 하나가 바로 전설의 전사 아트록스다. 자신에게 주어진 칭호답게 그의 출현은 항상 전설로 기록되곤 한다. 거대한 검을 우아하게 휘두르며 차분하게 적군을 베어 나가는 전사... 아트록스의 검술 앞에서는 누구나 넋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마치 살아있는 듯 춤추는 그의 무기는 자신이 처단한 자의 피를 빨아들여 주인에게 더 커다란 힘을 선사한다. 보다 잔혹하고, 우아한 피의 카니발을 위하여.
아트록스의 이름은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때는 먼 옛날, 마법군단과 수호군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마법군단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듭하며 불구대천의 원수를 말살할 순간을 코앞에 두고 있었으며 수호군은 패배라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적 열세, 형편없는 무기, 거듭된 패전으로 인해 사기까지 땅에 떨어져 버린 군사들에게 희망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최후의 전장으로 두 진영을 이끌었던 그 날, 수호군의 대열 속에서 아트록스가 등장했다. 최후의 그 순간까지 일어서서 싸우자! 갑자기 나타난 그는 크고 짤막하게 소리친 다음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고, 그 모습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군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검과 한몸이 된 듯 적군을 베어 나가는 정체 모를 영웅을 군사들은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잠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투에 대한 타오르는 갈증에 사로잡히고 있었던 것이다. 선두에서 질주하는 아트록스를 따라 적진에 뛰어든 수호군 전사들은 불같은 분노의 힘으로 적을 제압해 나갔고, 결국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쟁취해 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아트록스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수호군 전사들의 내면에서 눈 뜬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기적적인 승리를 맛본 전사들은 여세를 몰아 승리를 이어나갔고, 마침내 월계관을 머리에 쓴 채 당당히 고국으로 귀환했다. 멸망의 기로 앞에서 모두를 구해낸 그들이야말로 시민들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당사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변하고 만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전투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야 이들은 깨달았다. 역사적인 그 전투의 현장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짓은 영웅과는 거리가 먼, 극악무도한 학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들에는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곤 한다. 이 모든 신화가 사실이라면, 아트록스는 중요한 전쟁마다 나타나 역사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처참한 어둠 속에서 구원자처럼 등장하곤 했던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유산은 불화와 충돌로 신음하는 분열된 세계일지도 모른다.
''명예를 위해 싸우는 자도 있고 영광을 위해 싸우는 자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싸움 그 자체일 뿐이다.''
-- 아트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