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마시아의 집사가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모두 수료한 신 짜오는 라이트실드 왕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재다. 자르반 3세는 종종 아름다운 대리석이 깔린 왕궁의 발코니에서 백성을 위해 연설을 하곤 하는데 그때에도 신짜오는 매번 주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과묵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이 사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왕궁의 업무를 관장한다.
사람들은 종종 신 짜오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데마시아의 왕, 자르반 3세가 어디서 저렇게 헌신적인 집사를 구했는지 수군거리고들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왕족의 식사 시중을 들면서 스파이 짓을 하는 자운의 이중첩자라고 하고, 데마시아 콘스탄트 신문 사설란에서는 그가 빚쟁이 룬 마법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 짜오는 자신에 대해선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물론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리그가 창설되기 이전, 녹서스에는 검투사의 날이라는 유명한 행사가 있었다. 이 시합의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아주 잔혹했는데, 검투사가 승리를 거두면 거기서 시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전쟁 포로들로 구성된 점점 더 많은 상대와 다대일로 싸워야만 했다. 다시 말해 도전자 중 그 누구도 시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엄청난 영광이 주어진다고들 했지만... 어쨌든 당시 검투사였던 신 짜오는 무려 300명에 달하는 병사를 한꺼번에 상대하게 되었는데 종전 기록보다 거의 6배는 더 많은 숫자였다. 이 시합이 그의 최후가 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데마시아의 선대왕 자르반 2세는 즉시 경기장에 잠입했다. 그는 이 황당한 시합에서 신 짜오를 구해내고자 했다. 그는 신 짜오에게 자유를 줄 테니 데마시아를 위해 일해 달라고 제안했다. 수락한다면 시합을 빙자하여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을 강요한 자들을 처단할 수도 있었다. 신 짜오는 자신을 위해 왕이 친히 목숨을 걸고 나섰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아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얼마 후 데마시아는 사전에 계획된 대로 녹서스를 침공했다. 자르반 2세가 아니었다면 서로 죽고 죽였을 신 짜오와 300명의 병사들은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기습이 모두 끝나고 자르반 2세는 데마시아로 철수 중이었다. 그때 독화살 하나가 자르반을 향해 날아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신 짜오가 자신의 몸을 날려 화살을 막아냈다. 이제껏 그 어느 진영에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던 그였다. 신 짜오가 보여준 충성심에 감동한 왕은 그를 자신의 곁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후 자르반 2세가 사망할 때까지 신 짜오는 충직하게 그의 곁을 지켰고, 선대왕의 아들 자르반 3세를 섬기기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왕족의 명예를 기리고 자신을 받아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정의의 전장에 발을 내디뎠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패배를 피할 수 있을 뿐이다.''
-- 데마시아 군사 교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