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산기슭에서 피가 완전히 빠져나간 채 말라비틀어진 시체를 목격한다면, 그처럼 기괴한 시신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면, 당신은 아마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러나 녹서스 출신의 블라디미르에게 그 끔찍한 시체들은 감탄과 호기심을 자아낼 뿐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릴 적부터 피와 시체에 대한 이유 모를 갈망을 품고 있던 그는 급기야 자기 또래의 소년 둘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저 사람의 몸에서 붉은 피가 콸콸 뿜어져 나올 때의 환희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첫 번째 살인 행위를 끝마친 블라디미르는 곧 깨달았다. 자신이 살아있는 한 살인에 대한 충동을 결코 억제할 수 없으리란 사실을. 영민했던 그는 이대로 녹서스에서 살아가다간 언젠가 꼬리가 밟힐 것임을 예감하고 바로 다음 날 고향을 떠나 곧장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녹서스와 폭풍 평원 사이의 산기슭에 이르자 기괴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땅 위에 시체가 수없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한결같이 피가 죄다 빠져나가 있었다. 그 끔찍한 풍경에 오히려 한껏 들뜬 채로 시체들을 따라 걷던 블라디미르의 앞에 숨겨진 사원이 나타났다. 폐허처럼 보이는 그 신비한 사원에서 그는 늙은 수도승 하나와 마주쳤다.
수도승은 붉게 빛나는 눈으로 블라디미르를 유심히 살펴보았고,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사악한 데에 놀랐다. 이 소년은 흐르는 피에 대한 선천적인 갈망을 타고난 것이다! 블라디미르의 위험한 욕망을 간파해낸 이 늙은이는 그에게 이 붉고 뜨거운 생명의 액체를 제어하고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했다. 사원 앞을 멋모르고 지나다니는 수많은 여행객이 그들의 수업재료로 희생되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수도승은 블라디미르에게 실패한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블라디미르는 실패하지 않았고,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선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승의 몸에서 빠져나온 피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블라디미르의 체내로 흡수되었던 것이다. 수도승 한 명의 마력뿐만 아니라 이전 전승자들의 힘의 정수까지 모두 담은 붉은 액체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블라디미르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홀로 남겨진 블라디미르는 불현듯 녹서스에 다시 나타나더니, 리그에 합류해 자신의 우월한 힘을 선보이겠노라 주장했다. 궁성 경비들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한 녹서스 사령부는 블라디미르의 사악한 능력을 후원하기로 결정한다.
''네 몸 안에 흐르는 그것이 결국에는 내 몸 안에서 흐르게 될 것이다.''
-- 블라디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