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는 한때 범죄자였지만 지금은 깨끗이 손을 씻고 필트오버의 법과 정의를 위해 악당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과거의 경력 덕분일까? 범죄자의 심리나 노하우를 누구보다도 쉽게 추리해내는 것이 그녀의 강점이다. 그뿐이라면 좋겠지만, 바이는 아직도 문젯거리가 생기면 고민할 것 없이 주먹부터 지른다. 그녀는 거대한 마법공학 건틀릿으로 무엇이든 때려 부수고, 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거친 말투를 구사하며, 대놓고 명령 체계를 무시한다. 모범생 타입의 파트너 케이틀린이 자꾸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틀린 역시 필트오버의 보안관으로서 범죄와의 전쟁에 바이의 힘이 꼭 필요하단 점만은 인정한다.
필트오버의 변두리 지역은 예부터 무법이 판치고 있었다. 그곳 출신인 바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도와 사기에 능통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마법공학 부품을 훔쳐내고 분해하면서 기계 공학을 깨우쳤고, 거친 거리 생활에서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기도 했다. 그녀는 여섯 살 때 쓰레기 같은 악질 갱단에 섭외되어 한 식구로 살게 됐고, 열한 살 무렵에는 그들의 인정을 받아 노련하게 미끼 노릇을 하면서 강도질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갱단이 광산을 습격했던 날 이후로 바이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갱단의 실수로 광산이 무너져버렸고 갱도 안에 갇힌 광부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던 것이다. 갱단과 함께 도망가느냐, 무고한 광부들을 구할 것이냐! 선택에 기로에 놓인 바이는 딱 한 번만이라도 영웅이 되고자 했다. 돌무더기 속에 매몰된 광부들을 구해내려 분투하던 바이에게 문득 부서진 로봇 굴착기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서둘러 굴착기의 거대한 주먹 부분을 떼어내 순식간에 마법공학 건틀릿으로 개조해냈다. 어린 소녀는 이 무거운 무기를 조그만 두 손에 장착하고는 팔을 높이 들어 강력한 펀치를 돌무더기에 날렸다. 바위가 터져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윽고, 바이는 광부들이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일 이후로 바이는 갱단과 깨끗이 연락을 끊었다. 그래도 돌아갈 곳이 범죄의 세계밖에 없었던 그녀는 늘 혼자서, 오로지 범죄자의 물건에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 임시변통으로 만들었던 마법공학 주먹을 훨씬 더 강하게 개량해 낸 후엔 강도들을 덮치고 장물을 빼앗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그리하여 바이의 악명이 필트오버의 유명한 보안관 케이틀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녀를 추적해 온 케이틀린은 수갑을 채우는 대신 깜짝 놀랄 제안을 했다. 필트오버를 위해 일하면서 사회에 진 빚을 갚아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바이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악당들을 혼내주면서 경찰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고? 이 이상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바이는 그 자리에서 케이틀린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 덕분에 케이틀린은 자기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바이가 규칙을 지키게 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이 필트오버의 범법자들을 모두 꼼짝 못하게 만드는 최고의 명콤비란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거 참 안됐네. 난 주먹이 두 갠데, 넌 얼굴이 하나 밖에 없으니 말야.''
--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