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이 되기 이전 그림자 군도는 자연의 생기와 아름다움이 샘솟는 축복받은 섬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스러운 숲은 수많은 동물과 정령들이 번성하는 지상낙원이었다. 마오카이는 이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진 목가적인 숲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정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자 군도의 왕이 마법사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마법사들은 성스러운 숲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마력을 끌어와 의식을 진행했고 끝내 생명의 순환이 파괴되자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의 힘이 봉인에서 풀려나고 말았다. 웅장했던 나무들은 뒤틀린 채 바싹 타들어 갔고, 인간은 말라 비틀어진 유령으로, 숲의 정령들은 텅 빈 도깨비불로 변해버렸다. 이윽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서 점점 더 생명력이 빠져나가더니 그림자 군도는 순식간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언데드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성스러운 숲에서 가장 막강한 정령이었던 마오카이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로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멸망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는 이 파괴를 막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비극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급기야 삶과 죽음의 순리를 깨트린 흑마법은 자신의 모습마저 바꿔놓고 있었다.
마침내 이 사악한 힘이 마오카이를 압도하려 했을 때 그는 이 땅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인 마지막 시도를 감행했다. 마오카이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정령들의 힘의 원천이었던 떡갈나무를 향해 달려갔고 가까스로 그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 군도의 남은 생명체들을 모두 이 고목으로 소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비록 마오카이의 부름을 받은 생명체는 언데드의 수많은 공격으로 인해 그 수가 극히 적었고 온전한 모습도 아니었지만, 그는 이 생명의 정수를 고스란히 자신의 품으로 감싸 안았다. 마오카이는 그림자 군도에 남아있는 마지막 생명을 지킬 수 있음에 감사했고 이 생명력을 바탕으로 죽음의 땅을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정수 이 모두를 가득 끌어모은 탓일까? 마오카이는 떡갈나무와 한몸으로 뒤섞여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그 후로 오랜 세월 동안 마오카이는 외로움 속에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해야 했다. 아끼는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만큼 가지는 무성하게 자라났고 무참하게 고향을 짓밟은 마법사들에 대한 분노로 그의 뿌리는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찾아오는 것이라고는 나방이 불빛에 끌리듯 생명에 목마른 그림자 군도의 유령들뿐이었고 마오카이는 이 게걸스럽고 끈질긴 언데드로부터 언제까지 생명의 씨앗을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마오카이는 결국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고향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망망대해를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고 부디 대자연의 힘이 자신을 생명이 숨 쉬는 땅으로 실어다 주길 바랐다. 그곳에서는 죽음의 존재를 떨쳐내고 그림자 군도를 다시 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마오카이는 이제 복수심에 불타는 자연력의 화신이 되었다. 그는 무시무시한 마법과 무쇠처럼 단단한 사지로 적을 무참히 섬멸하며 아름다웠던 그림자 군도의 예전 모습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 발로란을 떠돌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려는 자의 오만과 탐욕은 두 번 다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마오카이 --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자에게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