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미 평판이 의심스러운 도시들의 어둠은 얼마나 더 컴컴할까? 평판이 의심스러운 도시라면 역시 녹서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도시를 숭배해 마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노골적으로 혐오하기도 하니까... 거대한 도시 녹서스의 지표면 밑에는 벌집 모양으로 뒤얽힌 깊고, 어둡고, 구불구불한 동굴이 존재하며, 이 복잡한 미로 속에는 온갖 종류의 범죄자들이 들어차 있다.
종교 단체나 마녀 협회 같은 비밀 단체, 특히 환술사 르블랑의 '검은 장미단'도 이곳을 자신들의 은거지로 삼았다. 검은 장미단이 뭐하는 단체냐고? 잘 모를 만도 하다. 이제는 잊혀 버린 부도덕한 역사의 잔재. 짧게는 이렇게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그 옛날 아직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전의 녹서스에서 정치를 관장했던 마법사 집단이었다. 과거의 집권층이었던 이들은 요즘 통용되고 있는 마법과는 다른 음지의 마법을 연마하고자 비밀스러운 모임을 주선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 그들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표면적으로 녹서스의 통치권은 귀족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권력을 가졌던 것은 검은 장미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무예가들이 제국의 앞날을 좌지우지하게 되자 검은 장미단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사람들은 종종 검은 장미단 단원들이 사회, 정치적 권력에 관심을 잃었을 것이라 추측하곤 한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검은 장미단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르블랑이 전쟁 학회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추측이 틀렸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과거 정치권력의 핵심이었던 때처럼 무자비했고, 나이도 전혀 들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은 아주 명확해졌다. 이들, 그림자와 화염 마법의 대가들은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새로운 권력 집단 '리그 오브 레전드'의 출현을!
''눈에 보이는 것밖에 볼 수 없는 이들에겐 세상은 아주 다른 곳일 거야.''
-- 환술사 르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