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오는 녹서스 암살자들의 손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엄밀히 말해 그를 낳은 사람이 아니라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갈리오는 자신의 아버지인 데마시아의 인공 생명체 기술자 듀란드를 애도하며 망부석처럼 가만히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마법사들이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리그의 이름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마법 생명체를 창조하는 실험이 종종 있었다. 게다가 숙련된 마법공학자들 사이에서 골렘에게 사고력과 이성을 불어넣는 건 꽤 흔한 소일거리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구자 중의 으뜸이 바로 데마시아 출신의 기술자 듀란드로서 그가 보유한 기술은 가히 최고의 수준이었다. 듀란드가 만든 인공 생명체들은 절대로 지치는 일이 없었고, 조국의 국경 마을에 배치되어 주민들을 녹서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왔다. 하지만 그는 자기 최고의 작품이었던 갈리오만은 자신의 경호용으로 아껴두었다. 가고일의 형상을 한 이 강력한 피조물은 듀란드가 조국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신경 쓰지 않고 중요한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보호했다. 따라서 녹서스 군 사령부의 눈에는 듀란드가 만들어낸 피조물들이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녹서스의 암살자들은 듀란드가 갈리오와 함께 울부짖는 늪을 건널 때를 노려 기습을 감행했다. 수적인 열세에 몰려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던 갈리오는 살인자들이 주인을 처참하게 난도질하고 안개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갈리오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그는 깊은 절망 속에서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주인의 뼈를 앞에 두고 몇 년 동안이나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영원히 괴로워하는 조형물이나 비석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갈리오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꾹 참아가며 단호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요들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데마시아 왕관을 손에 쥔 채 석상처럼 우뚝 선 갈리오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려 멈춰 섰다.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요들 소녀를 찬찬히 지켜보던 갈리오는 그 마음속에 깃든 쓸쓸함을 알아챘다. 소녀 역시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 듯했다. 소녀는 그늘 밑으로 왔을 때처럼 조용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데마시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잠깐의 조우에서 갈리오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주인이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는 침묵을 깨고 일어나 용맹한 소녀의 뒤를 따랐다. 이제 그에게는 살아야 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합류하여 데마시아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구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속죄만이 가능할 뿐이지.''
-- 갈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