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븐과 다리우스는 친형제였지만 전투에 임하는 태도는 서로 무척 달랐다. 드레이븐은 만인이 자신을 알아보길 바랐고, 군중의 환호성과 영광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전장에서의 전투는 전장에서의 기억에 그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녹서스 군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이런 갈증을 해소해보려 했으나, 천성적으로 화려하고 극적인 걸 추구하는 그의 취향은 군대에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만인의 입에 드레이븐이란 이름 네 글자가 오르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녹서스의 감옥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사형집행인이 되어 지루하고 끔찍하기만 한 처형식을 절대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로 둔갑시키는 것이었다.
목숨이 아까우면 도망쳐 보시지? 드레이븐이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하던 날, 그는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죄수를 도망시켜 주겠다고 제안했고 구경꾼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도망친 죄수가 시야에서 벗어나기 바로 직전, 드레이븐의 도끼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가 죄수의 목숨을 단박에 앗아가고 말았다. 이렇게 그는 사형장을 일종의 무대로 활용하여 자신이 직접 쇼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이제 녹서스 사형수들에게 처형식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관중들에겐 최고의 볼거리가 되었다. 도망친 죄인들이 필사적으로 버둥대면 버둥댈수록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 누구도 드레이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순 없었다.
드레이븐은 녹서스 처형자들이 입는 엄숙한 검은색 제복 따위는 입지 않았다. 대신 그는 빛나는 의상과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만한 화려한 동작을 통해 대중의 머릿속 깊이 각인되었다. 각지에서 드레이븐의 사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가 선보인 화려한 볼거리들은 즉각적으로 만인의 입을 통해 오르내렸다. 이미 한껏 부풀어 있던 드레이븐의 자의식은 이렇게 점점 인기를 끌면서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갔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처럼 오롯이 자신만이 차지해야 했다. 이내 한낱 도시국가일 뿐인 녹서스가 자신을 가둬놓는 답답한 무대라고 느낀 드레이븐은 전 세계에 자신이 고안한 처형 의식을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최고의 기준은 바로 내가 정한다.''
-- 드레이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