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산
시랑산은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를 이룬다. 백운산을 모산으로 하고 있는 시랑산은 높이는 나즈막하나 아기자기한 산행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산을 오르면서 곳곳의 지명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금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산행들머리인 박달재에서는 금방이라도 `울고넘는 박달재'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금봉이와 박달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와 거란족 10만 대군을 섬멸시킨 려의 명장 김취려장군의 승전을 상기하며 산행으로 인해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는다.
눈꽃과 상고대가 곱게 피어난 정수리에서 북쪽으로 하산길을 이어간다. 조금 내려가면 쉬어가기에 적당한 널찍한 공터를 만나게 된다. 봄이나 가을이면 둘러앉아 간식을 권하며 산꾼들의 우정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명당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바위지대를 만나게 된다. 눈이 쌓인 겨울에 미끄러지면 다치기가 쉽상이니 조시조심 지나가야 한다.
조금 더 내려가면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마주서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주문을 지나게 되고, 북쪽 산길을 계속 이어가면 정상을 출발한 지 50분이면 단군비석에 도달한다. '국조단둔대황조성령(國祖檀君大皇祖聖靈), 삼선사령영사령(三仙四靈令司靈), 백운산성화신령(白雲山聖化神靈) 국사산왕산신지령(國祠山王山神之靈)' 이라고 쓰여진 세 개의 비석이 몇 그루의 노송 및 바위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그 유명한 박달재에 내려서게 된다.
기나긴 세월동안 충주와 제천을 잇는 국도로서 숱한 애환이 서린 박달재이건만 이제는 고개 밑으로 시원스런 터널이 뚫려 인적이 드문 쓸쓸한 고갯길이 되고 말았으니 격세지감을 절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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