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
<바닷가재 여의주 머금은 듯 기이한 형국>
가장 남쪽의 '산이라 할 만한 것'이다. 육산 덩어리여서 듬직하기는 하나 잘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산 보는 데 일가견이 있던 서산대사가 자신의 의발(衣鉢)―옷가지와 밥그릇을 여기 갖다노라 한 것을 보면 뭔가 있기는 한 듯하다.
그냥 들어가서는 발견할 수가 없다. 봄 긴 골짜기 장춘(長春)계곡을 걸어가봐야 한다. 다음, 정상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올라가봐야 한다. 향로봉(469m).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산의 형세를 살펴봐야 한다.
좌청룡은 도솔봉(673.2m)에서 내려오고 있다. 우백호는 고계봉(638m) 줄기다. 입수(入首)는 두륜봉(630m)에서 비롯했는 바 모두 대흥사 앞 계곡에서 머리를 맞대고있다. 그 입수가 솟구쳤다 내려앉은 가랑이 사이의 명당에는 서산대사의 사당 표충사(表忠祠)가 있다. 대사의 의발은 오대산 상원사 같은 위치에 모셔졌고 두륜산은 그만한 지덕(地德)이 있었던 것이다.
고계봉, 상봉 가련봉, 두륜봉, 국립지리원 지도에 대둔산으로 표기된 도솔봉(672m), 연화봉(613m), 혈망봉(379m), 향로봉의 7봉이 명찰 대흥사를 둘러싸고 있는 또아리 지형이다. 400미터 등고선을 이어보면 거대한 바닷가재가 여의주를 머금고있는 형세다. 이런 기이함 있었기에 두륜산은 대흥사를 키울 수 있었고 그 덕에 명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