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선 '諮'와 '問'의 훈(訓)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諮 : ① 꾀(謀也) ② 묻다(問也)
問 : ① 묻다(訊也) ② 문안하다(訪也) ③문초하다(訊罪) ④ 분부하다(命令)
이로써 보면 '자문'의 의미가 '남의 의견을 묻다'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자문'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쓰
여 왔습니다.
한편 '자문 기관'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체에서 집행 기관이 집행할 일의 내용과 그 방법을 물어서 의견을 듣는 기관'으로, 여기서 대답할 내용이 집행 기관의 참고는 되어도 명령이나 강제성은 갖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자문 기관'의 의미에 전염이 되어서인지 '자문'이라는 단어 자체를 '질문에 응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자문을 구한다."는 말을 흔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용 표현의 대표적인 예로서, 자문을 행하는 주체와 조언을 행하는 주체가 맞바뀌게 되는 어이없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자기의 손윗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운운한다면 어의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한 실례가 되는 일입니다.
즉 "자문에 응한다."는 말은 쓸 수 있지만 "자문을 구한다."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자문을 구해서"는 "조언을 구해서, 도움말을 청해서"라고 고쳐 써야 할 것입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