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의 '모르다' 항목에는 '모르다'가 동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는 '모르다'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형용사에 속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의미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모르다'는 행위가 아닌 상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알다'와 대조해 보면 더욱 그러한데, 우리가 무엇을 안다는 것은 어떤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즉 모르는) '상태'에서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을 통해 그것을 갖게 됨, 혹은 되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지의 상태에서 기지의 상태로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알다'는 동작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더라도 '모르다' 가 동작성을 지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의식적, 의도적으로 '아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지의 상태에서 무지의 상태로의 의도적인 이행인) 의식적, 의도적인 '모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어미와의 결합입니다. 첫번째 근거의 연장선상에서 '모르다'는 일반적으로 동사가 취할 수 있는 청유형, 명령형의 어미를 취하지 못합니다(모르자, 몰라라). 일부 동사도 이러한 어미를 취하지 못하므로(솟자 등)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이랄 수는 없겠지만 '솟자'의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행위의 주체를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반해, '모르다'의 경우는 앞서 말한 것처럼 행위(즉 동작성) 자체가가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므로 이 역시 '모르다'의 형용사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모르다'가 일반적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인 '-느-, -는'과의 결합을 만족시킨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사와 형용사 분류의 근본적인 기준이 의미에 있다면, '-느-, -는'과의 결합 가능성 자체가 품사 분류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르다'를 동사로 분류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더불어 '-느, -는-'이 왜 일반적으로 동사와만 결합할 수 있는지도 알려 주시면 의문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