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가 맞는 표현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동사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인데 '-고'는 연결 어미이고 '나서'는 동사 '나다'에 '서'가 붙은 활용형입니다. 이때의 동사 '나다'는 본동사 다음에 쓰여 뜻을 더해 주는 보조동사입니다. 이처럼 '-고 나서'는 '먹고 나서', '자고 나서', '씻고 나서'와 같이 동사에 연결되어 동작의 완료를 나타냅니다. 보통 '이, 그, 저'는 계열을 이루고 있는데 '그러고 나서' 또한 '이러고 나서', '저러고 나서'와 같이 계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먼저 '그리고'와 '나서'로 분석할 경우 '그리고'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주는 접속부사인데 국어에서는 '그리고 나서'처럼 접속부사 다음에 보조동사가 결합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리-+-고 나서'로 분석할 수도 없습니다. '-고 나서' 앞에는 동사가 와야 하는데 '그리-'는 '그림을 그리다', '연인을 그리다'와 같은 경우밖에 없어서 의미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때는 '*이리고 나서', '*저리고 나서'와 같은 표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를 잘못 쓰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그리고는'이라는 말을 쓰는 일도 있습니다. 이 말 또한 '그러고는'을 잘못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는'이 연결될 수 없음은 비슷한 '그러나', '그런데', '그러므로' 뒤에 '는'이 연결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