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고'는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 말(穴子, あなご)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아나고'라는 말을 별 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 말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없는 것도 아니며, 또 사람들이 그 말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각 지방마다 이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이 있는 점이 그 것을 말해 줍니다. 다만 각 지방마다 그 이름이 같지 않아 혼란을 일으킵니다. '아나고'에 해당하는 우리말 표준어를 일반적으로 쓰고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전남, 경남 등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말로 '붕장어'가 있습니다. 이 말이 '아나고'를 가리키는 우리말 표준어입니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1815)에 따르면 '아나고'의 우리나라 한자어 이름은 '해대리(海大驪)'이며 속음으로는 '붕장어(硼長魚)'입니다.
여기에서 '붕(硼)'은 취음(取音) 표기이므로 한자어가 아닙니다. 이 '붕장어'는 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으며, 《국어 순화 자료집》(국립국어연구원, 1991)에도 '아나고 회'는 '붕장어 회'로 고쳐 쓰도록 하였습니다.
한편 '아나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리말 이름으로 '바다 장어(-長魚)'가 있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이 '바다 장어'는 '아나고'라는 특정한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장어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나고'도 바다 장어의 한 종류이므로 1995년에 심의 고시한 일본어 투 생활 용어의 순화에서는 '바다 장어'도 '아나고'의 순화어로 인정하였습니다.
또, 우리나라 물고기의 분포, 생태, 방언명 등을 폭넓게 조사한 《한국어도보(韓國魚圖譜)》(鄭文基)에 의하면 전남 지방에서 이 물고기를 이르는 말로 '꾀장어'가 있습니다. 이 말 역시 '아나고'의 표준어 이름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는 '꾀장어'는 '아나고'와는 다른 종류의 바닷물고기이며, 보통 낚싯밥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앞에 든 책에 따르면 이 밖에 남한 지역에 넓게 보이는 '바다 뱀장어'를 비롯하여 '붕어지(충남, 황해도)', '장관, 벵찬(함남)', '참장어(진도)'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표준어가 아닙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