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가 다 맞는 표기입니다.
근대적 국어 사전의 효시로 꼽히는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초판 1937, 7판 1954)에서 '기념일(紀念日), 기념(紀念·記念)'으로 올린 이래, 《큰사전》(1947∼1957)에서는 '기념일(紀念日), 기념(紀念), 기념(記念)'으로 하여 기념일의 표기가 '紀念日'로 정착되는 듯하다가,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초판 1961, 수정 증보 1982)에서 '기념일(記念日, 紀念日), 기념(記念), 기념(紀念)'으로, 북한의 《조선말사전》(1962)에서는 '기념일(紀念日, 記念日), 기념(紀念, 記念)'으로, 신기철·신용철 편 《새 우리말 큰사전》(증보 1975)에서는 '기념일(--日), 기념(紀念, 記念)'으로 되어 기념일의 표기가 '紀念日, 記念日' 양쪽이 다 인정되도록 되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금성판 《국어대사전》(1994)에서는 '기념일(記念日), 기념(記念, 紀念)'으로, 한글학 회의 《우리말 큰사전》(1994)에서는 '기념일(紀念日), 기념(記念, 紀念)'으로 되어 있으며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기념일(記念日), 기념(記念, 紀念)'으로 올라 있습니다.
한자 '紀'와 '記'는 중국 司馬遷의 《史記》라는 책의 帝王의 일을 적은 '本紀', 이를 본뜬 우리나라 《삼국사기》 속의 '本紀' 등의 표기에서 볼 수 있듯이 구별은 있습니다만, 중국 '釋名'의 '釋言語'편에 '紀, 記也'라는 기술과, 같은 책 '釋典藝'편의 '記, 紀也'라는 기술에서 보듯이 '적는다'는 의미에서 두 글자가 통하여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낱말은 한자어이므로 그 역사적 쓰임을 살펴보면, '記念'의 경우는 중국 당나라 초기 張文成(657∼730)의 작품이라고 하는 '遊仙窟'에 쓰인 예가 가장 오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紀念'의 경우는 역사적 표기를 보이는 전거는 어느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습니다.
참고로 현재 한자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서 이들의 쓰임은 대조적입니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초에는 '紀念'이라는 표기도 있었습니다만 권위 있는 한자사전이라는 《大漢和辭典》에서 '紀念'을 '記念'의 잘못으로 처리한 이후, 그 뒤의 국어사전에서는 모두 '記念'으로 통일하여 표기하고 그 합성어도 모두 '記念--'으로 적고 있습니다.
'記念燈, 記念碑, 記念寫眞, 記念像, 記念式, 記念葉書, 記念日, 記念章, 記念切手(기념우표), 記念祭, 記念塔, 記念品' 등이 그 예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타이완)에서는 '記念'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올려 놓기는 하였지만, 실제 쓰임에서는 '紀念'이라는 표기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紀念, 紀念日, 紀念週, 紀念冊, 紀念品, 紀念會' 등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표기의 낱말만이 《漢文大辭典》(일본의 《大漢和辭典》을 그대로 번역하였다고 하는)에 올라 있을 뿐입니다.
일본에서 '記念'을 많이 쓰고 있으므로 '記念'이 일본식 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선왕조실록》에 '記念'이라는 표기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昨秋新設之後復授爾宮銜子所記念之意 《정조실록 9년 10월》
知記念舊僚之意 《정조실록 21년 5월》
先大王記念臣父尊王庇民之誠忠 《순조실록 9년 1월》
'기념일'은 '기념'과 마찬가지로 '記念日', '紀念日'을 모두 인정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기념일(記念日)'과 같이 원어를 하나만 제시한 것은 '記念日' 하나만 인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어가 둘 이상 있는 말은 합성어에서는 편의상 하나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자에서는 미세한 뜻의 차이가 있더라도 국어에서는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합어인 '기념일'을 비롯하여 '기념사, 기념비, 기념품' 등의 표기도 둘 다 가능합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