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엇인데 그런 소릴 하니?"의 '데'는 서술격 조사 '이다'에 어미 '-ㄴ데'가 연결된 것이므로 붙여 써야 하고, "그를 설득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는 '일이나 것'의 뜻을 가지는 의존 명사 '데'가 연결된 것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법적인 설명만으로는 두 경우의 '-ㄴ데'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데'뒤에 격 조사를 붙여 보는 것입니다. '데'가 의존 명사로 쓰였을 경우에는 뒤에 격 조사가 결합할 수 있습니다.
(1) ㄱ. 네가 무엇인데 그런 소릴 하니?
ㄴ. 가게에 가는데 뭐 사다 줄까?
(2) ㄱ. 이 일을 하는 데(에) 며칠이 걸렸다.
ㄴ. 얼굴이 예쁜 데(에)다가 마음씨도 곱다.
어미로 쓰인 (1)의 '-ㄴ데'에는 격 조사가 결합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의존 명사로 쓰인 (2)의 '데' 뒤에는 격 조사 '에'가 결합할 수 있습니다. 보통 '데에'로 실현되지 않고 '데'로만 실현되는 것은 'ㅔ' 소리가 겹치기 때문에 하나만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존 명사 '데'는 보통 "물은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흐른다."처럼 용언의 관형사형 어미 다음에 와서 '곳이나 장소'를 이르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처럼 '경우나 처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노래 부르는 데도 소질이 있다."의 경우처럼 '일이나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