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서스가 일으킨 잔혹한 전쟁은 자비와 평화를 철저한 삶의 원칙으로 삼는 아이오니아 수도승들의 운명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카르마 또한 작은 마을에서 원로 수도승들의 지도를 받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던 수도승이었으나 전쟁의 참화 속에서 오랜 전통을 따라 평화주의를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변화의 소용돌이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그 결과, 그녀는 아이오니아를 위해서라면 무력행사도 불사하는 승리의 화신이자 전장에서 적을 몰아내며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수도승 시절부터 카르마는 아이오니아에서 명상가로 신망이 높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불굴의 의지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정신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깨달음에 다다르기 위해 수양을 쌓는 데 있어 카르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온 철저한 비폭력 평화주의의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녹서스의 침략 전쟁이 시작되자 전통에 대한 그녀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녹서스 군대가 얼마나 잔악한지는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을의 원로 수도승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비폭력을 고수하는 것만이 눈앞에 닥친 폭력에서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라 고집했다. 카르마의 솔직한 의문에는 그저 전통을 믿으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급기야 침략군이 마을까지 들이닥쳤을 때, 원로들은 누구도 다치지 않고 상황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녹서스 군대 앞에 달려나가 대화를 청했다. 하지만 녹서스의 지휘관에게 이러한 행동은 평화주의가 아니라 나약함일 뿐이었다. 그는 직접 원로들을 베어버리고, 병사들에게 마을을 공격하라고 명했다.
학살극이 눈앞까지 닥쳐와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화를 받들겠다는 서약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라 해도, 카르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생명을 희생시키겠다고 결심하고,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강대한 힘을 끌어냈다. 그것은 카르마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는 영혼의 불길이었다. 아이오니아를 상징하는 쌍둥이 용처럼, 불길은 회오리치며 뻗어 나가 곧장 녹서스 장군을 덮쳤다. 처음이었다. 카르마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을 해치기 위해 힘을 사용한 것은... 지휘관이 한순간에 쓰러지자 녹서스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카르마는 마을과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녹서스의 침략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카르마는 아이오니아의 지도자로 우뚝 서 저항군을 이끌고 녹서스에 맞섰다. 녹서스군 역시 아이오니아 해안 지대로 잠시 물러났을 뿐, 침략의 야욕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그뿐 아니라 아이오니아 사람들 사이에도 분열이 일어났다. 한편에는 복수를 원하는 전사들이 있었고, 다른 편에는 영적인 전통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수도승들이 있었다. 물론 카르마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전란으로 다져진 아이오니아의 힘과 평화의 전통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고 믿으며, 조국을 영원한 평화로 이끌 방법을 찾고 있다.
''여러분의 정신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현명하게 사용하십시오.''
-- 카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