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빛처럼 은밀하고, 냉혹한 전사 다이애나는 달의 힘과 뜻을 받들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달을 숭배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태양을 숭배하는 집단 솔라리의 일원으로서 동료들에게 달의 힘과 자신의 신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평화적 노력은 결국 원한으로 똘똘 뭉친 복수심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제 솔라리들에겐 딱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질 것이다. 다이애나와 함께 달의 힘을 받들거나, 그녀의 초승달 검에 목숨을 빼앗기거나.
솔라리의 일원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천성적 호기심이 강했던 다이애나는 언제나 밤하늘에서 위안을 얻었다. 달빛 속에 있으면 마음이 서늘해졌고, 어딘가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다. 솔라리들은 어째서 태양만 숭배할까? 갑자기 생겨난 다이애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솔라리 장로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형벌로 답할 뿐이었다. 그래도 다이애나는 달의 힘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만 한다면 장로들이 결국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솔라리 기록 보관소에서 다이애나와 고서적들의 기나긴 싸움이 계속됐다. 어느 날, 마침내 어떤 고서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암호문이 눈에 띄었다. 다이애나는 암호문의 지시를 따라 타곤 산의 어느 외딴 골짜기로 향했고 거기서 봉인된 고대 사원으로 통하는 비밀 문을 발견했다. 오래된 유물과 색 바랜 벽화들 속에서 다이애나는 화려하게 장식된 갑옷 한 벌과 아름다운 초승달 검을 발견했다. 그런데 갑옷과 무기에 달의 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밤, 곧바로 갑옷과 무기를 갖추고서 솔라리 장로들에게 돌아간 다이애나는 이 유물들이야말로 자신처럼 달을 숭배한 자들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장로들은 이러한 주장에 격노했고 다이애나를 이단자로 낙인찍어 사형을 선고했다. 장로들이 처형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욕망을 압도하는 엄청난 슬픔과 절망이 밀려왔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의 힘을 청해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불가사의한 힘이 밀물처럼 다이애나에게 흘러들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속박에서 풀려난 그녀는 초승달 검을 들어 장로들을 모두 척살했다. 이제 폐허 속 사원을 등지고 선 다이애나는 달의 힘을 부인하는 모든 이들을 말살해 버리겠다는 단 하나의 결의로 살아간다.
''태양은 진실을 비추지 않아. 그저 불태우고 눈 멀게 할 뿐.''
-- 다이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