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숫자들 - 깍쟁이
기다려지는 것이 없어요 난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꼭 가보고 싶은 곳도
해보고 싶은 놀이도
없어요 난 아무것도
싫어요 난 모든 게 다
기다려주는 것도 없지요 날
온종일 홀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의 별을 세고
양떼를 그려보아도
없어요 난 아무것도
싫어요 난 모든 게 다
늘 곁에 있어주셔도
어쩌죠 솔직히 말해
난 하나도 즐겁지가 않은 걸요
삐뚤어진 내 마음으론
그 큰 사랑을 받아드릴 수가 없어요
기다려지는 날이 없어요 난
월 화 수 목 모두 똑같고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다 같은 계절이지 뭐
그리워할 사람도 없겠죠 날
가시로 덮인 나의 말들과
나약한 짐승 같은 서글픈 나의 분노를
가끔 나도 궁금해요
혹시 하는 바보 같은 기대도 없진 않지만
예쁜 선물을 주셔도
어쩌죠 솔직히 말해
난 조금도 기쁘지가 않은걸요
삐뚤어진 내 마음으론
그 큰 사랑을 받아드릴 수가 없어요
비좁은 내 방으론 그대를 초대할 수 없어
어두운 내 눈으론 그대를 알아볼 수 없어
늘 곁에 있어주셔도
어쩌죠 솔직히 말해
난 하나도 즐겁지가 않은 걸요
삐뚤어진 내 마음으론
그 큰 사랑을 받아드릴 수가 없어요
난 기쁘지가 않은걸요
멋들어진 그대 말들도
내 귓가에선 먼지처럼 흩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