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절망에 관하여
절망에 관하여
뜨겁던 내 심장은
날이 갈수록
식어 가는데
내 등뒤엔 유령들처럼
옛꿈들이
날 원망하며 서있네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자욱씩 떼어놓지만
갈곳도 해야할 것도
또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눈물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
내목을 졸라오는
올가미처럼
그 시간이 온다
내 초라한 삶의 이유를
단 한번만이라도
볼수 있다면
눈물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