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잊혀지지 않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날들 이제는 정말 먼 옛날이 됐지만
나의 복잡한 머리 속 한 구석에는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이 긴 세월을 지나 자리를 잡고 있다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내가 죽는 그 날까지 전혀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살던 화가의 그림을 보듯 넋을 놓고 기다리고만 있다
두 뺨을 슬쩍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은
창 밖을 바라보다 우연히 만난 꽃잎처럼 빙그레 웃고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저 아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주 긴 편지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그때 그날이 아무리 짧았다고 해도 두 눈을 질끈 감은들 재미난 사람을 여럿 만난들
어떻게 잊혀질 수가 있나
아주 먼 옛날이 됐지만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이 긴 세월을 지나 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전혀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넋을 놓고 기다리고만 있다
아주 먼 옛날이 됐지만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이 긴 세월을 지나 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전혀 다시(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저 아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주 긴 편지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던)
넋을 놓고(그때 그 날이 아무리 짧았다고 해도)
기다리고만 있다(두 눈을 질끈 감은들 재미난 사람을 여럿 만난들)
어떻게 잊혀질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