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산
순천의 제석산은 호남정맥에서 갈려져 남쪽으로 흘러내린 금전산과 오봉산 줄기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이다. 행정구역상 순천에 속해있긴 하지만 벌교 사람들은 벌교의 제석산이라고 부른다. 그럴만한 것이 벌교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보이는 곳이 제석산이기 때문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넓은 낙안벌과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벌교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특히 뛰어난데, ‘제석’은 하늘에 있는 33개의 하늘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하늘인 도리천에 있으면서 모든 하늘을 다스리는 제석천왕을 뜻하는 불경에 나오는 이름이다.
한편 벌교란 지명은 뗏목으로 잇달아 만들어 놓은 다리를 뜻하는 말로, 예전 이곳에는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뗏목다리가 있어서 벌교란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다리가 무너지고 이후 보물 304호로 지정된 홍교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제석산과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되는 곳으로 곳곳에 그 자취를 발견할 수 있어 산행뿐 아니라 문학탐방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정상에는 1995년 벌교의 제석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이곳 행정구역이 벌교가 아닌 순천임에도 벌교에서 표지석을 세운 이유는 그만큼 벌교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