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지금은 전설로만 남은 무협소설의 동천>하늘을 나는 재주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동천(洞天). 협곡의 입구로는 급류가 쏟아나오고 깎아지른 양쪽 절벽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무협소설에나 등장함직한 풍경. 그렇지만 이땅에도 그런 산이 있었다. 70년대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제1폭포 앞뒤 절벽을 파 길을 내지 않았더라면 주왕동천은 아직껏 들어가본 사람이 없었으리라. 금은광이나 가메봉 옆 잘루목을 넘어갈 수는 있었어도 정면 동구로 들어간 이는 전무했을 것이다. 엄청난 가뭄으로 주왕계곡 물이 모두 말라붙기 전에는. 그래서 전설 어린 명소들은 모두 동구 아래 모여있다. 전설의 시대가 끝난 뒤에 발견된 터라 폭포 이름 또한 그냥 제1·제2·제3폭포다. 나아가 계곡 끝의 907봉을 무시하고 아직껏 721봉에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다. 동천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였으니까. 주나라 왕을 갖다붙인 전설도 그렇다. 신라 역사에는, 왕위 계승 0순위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주원왕 김주원이 있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아들 헌창의 반란이 나라를 거덜낸 사실이 분명한데 엉뚱하게도 천여년 전에 망한 먼 나라 후주 이야기로 도배를 했다. 국립공원 주왕산은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이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