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봉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남동쪽에서 보는 왕릉 같은 가지런한 모양에 비해 서쪽에서는 한 쪽 능선이 길게 꼬리를 끌었고, 남쪽에서의 가운데만 잘록 팬 완만한 능선이 북쪽에서는 길게 휘어진 산마루에 양쪽 끝봉우리가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남동사면에만 삼나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외에는 전체가 풀밭으로 덮여 부드러운 사면(斜面)이 아늑하게 굼부리를 감싸주고 있고, 길게 뻗어 내린 서쪽 가닥 등성이에 비해 동쪽 등성이는 짧고 가파르며 그 꼭대기인 동쪽 봉우리가 서쪽 봉우리보다 조금 높고 뾰족하다. 굼부리는 북동향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산등성이 전체 길이는 1,000m 남짓된다. 이 오름의 이름은 애매한 채로 여러 가지여서 분명치가 않고 그 유래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희박하다.
보통, 넓은 들에 달이 숨어 있는 형상이라 하여 隱月峰이라 한다지만, 풍수지리의 형국설이라면 몰라도 이는 한자 이름을 그 새김대로 풀이한 것에 불과할 뿐더러, 달이 숨었건 걸렸건 어느쪽으로도 그런 형상으로는 보기가 힘들다. 凌達岳(능달악)이라는 표기도 있는 것으로 보면 반드시 달(月)을 말하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속칭으로는 는도리, 눈도리, 는더리, 윤드리, 눈드리, 는돌오름, 운들오름, 은들오름 등 사람 따라 기록 따라 일정치가 않으나 비슷비슷하게 소리나는 이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즉, `는,은,눈,운,윤`은 `는`이나 `은` 또는 `눈`의 어느 하나가 뿌리일 것이고 `돌,도리,더리,드리,들`은 `달`이나 `드르`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으며. `는,은`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어원을 알 수 없으나 `눈`은 `누운`으로 볼 수가 있고 `달`은 첫머리에 올 때는 `높은`이라는 뜻의 옛말, 가운데나 끝에 붙을 경우엔 `산` 또는 `들`의 뜻을 지닌 옛말이며 `드르` 또한 들(野)의 옛말이자 제주방언이다. 여기에서 알기 쉬운 걸로 `눈도리, ㅜㄴ돌오름` 또는 `눈드리오름`을 만일 제 이름으로 본다면 그것은 `눈달`, 즉 누운 산, 또는 `눈드르오름`, 즉 넓은 들에 외로이 누워있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정하에서의 추측일 따름이며, 이 오름의 이름에 대하여는 전문가의 어원적 분석이 기다려진다. ?달이오롬/禿達岳, 능달이오롬/凌達岳, 은달이오롬/隱月岳>은달이오름, 隱月峰 `?달이>민달이`의 음성형은 민간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 뜻도 확실하지 않지만 `민 뫼` 또는 `민 언덕` 정도의 뜻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隱月岳은 `은돌이오롬` 또는 `은달이오롬`의 한자 차용 표기로, 隱月은 `은돌이` 또는 `은달이`의 음가자 결합 표기이다. `능다리` 또는 `은도리`, `윤도리`인지 `은드리`, 윤드리`인지 정확한 음성형과 뜻을 알 수 없다. 일부에서 후대의 잘못된 한자 표기를 중시하여 달이 숨어 있는 형상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것은 민간어원설이다. 옛 기록을 볼 때 `?달이오롬/禿達岳>능달이오롬/凌達岳>은달이오롬/隱月岳` 등으로 이름이 변하면서, 원래의 이름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동사면에 애기우산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표고 : 179.6m 비고 : 75m 둘레 : 2,049m 면적 : 209,307㎡ 저경 : 674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