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분산
여분산은 특징이 없는 그저 평범한 산이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조망은 사방이 툭트여서 막힘없이 아주 좋다. 남으로 호남정맥의 용추봉(龍秋峰)과 무등산, 동으로 지리산의 연봉들이 아스라히 마루금을 이룬다. 서로는 용추봉과 세자봉(世子峰)이 눈앞에 다가선다. 때로 조용한 길을 걸으면서 주위의 생명들과 동화될 때 느껴지는 기쁨이 좋은 사람들과 만날 때의 그것보다 더 클 경우가 있다. 구림면에 위치한 여분산은 이런 기분을 최고조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인적이 드물어 길이 희미한 곳도 간간이 있는 이 산은 떨어져 쌓였다가 점점 썩어가며 제 나무의 거름이 되는 잎사귀들과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산짐승들을 보며 오르는 산행을 통해 침착하고 한결 순해진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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