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풀꽃 천지 숨기고있는 두루뭉실한 거산>
용문산은 경인지역에서 설악산 갈 때 보게되는 큰 산이다. 44번 국도변에는 이보다 더 높은 산도 많지만 대개는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도로에서 올려다보게 되어있어 규모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용문산은 비산비야의 용문면 북쪽 끝에 병풍처럼 솟아있는 까닭에 위용이 쉽사리 잡힌다.
하지만 상봉은 바람을 넣어 부풀린 여의도 종합전시장처럼 두루뭉실, 장엄한 느낌밖에 없다. 반면 뾰족한 삼각뿔이 하늘을 찌르는 남릉의 백운봉은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가을이나 겨울 이른 새벽에 물안개 위로 보이는 그 모습은 정말 소슬하다.
가파른 바위투성이 남면과 달리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는 북면은 풀꽃 천지다. 이른 봄의 얼레지, 5월의 피나물 꽃밭을 인적 없는 호젓함 속에 만끽할 수 있다. 이는 국가시설물 때문에 정상에 서보지 못한 아쉬움을 벌충하고도 남는다.
가을에는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볼거리다. 수많은 천년수(千年樹)들이 거의 '마이가리'지만 이건 진짜다.
용문산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