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방산
통영 최고봉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멀리서 본 벽방산(碧芳山)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이다. 남해안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산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에서 본 산과 막상 들어갔을 때 감흥이 틀린 것이 벽방산이다. 의상대사의 자취가 남은 고찰과 아늑한 골짜기, 시원한 전망의 암봉 등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산이다. 벽방산은 벽발산(碧鉢山)이라고도 부른다. 석가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碧鉢 바리때)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과 닮아서 생긴 이름이다. 정상은 상봉(上峰) 또는 칠성봉(七星峰)이라고도 부른다.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가 많아 4월 중순이면 절정을 이룬다. 정상 조망은 다도해를 비롯해 부산 앞바다가 보이며,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도 볼 수 있다. 안정치로 내려오면 대나무 밭에 이른다. 이곳이 만리암터이며, 이 위에 솟아 있는 절벽이 만리창벽이다. 벽방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안정사다.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서기 654)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현재까지 1400여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고찰로 대웅전은 도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안정사 부근은 조선 영조 때 사찰 주변의 적송을 보호하라는 어송패가 내려질 만큼 소나무들이 운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