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100 그리고, 첫 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 달빛이 너무 탐나 물을 길어갔다가 달도 함께 담았네. 물을 비우면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3년 전 아내 효경(예지원)이 자기 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아들을 큰 집에 맡겨놓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 퇴직 전에 5급 사무관이라도 돼보려던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걸 알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한편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를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은 우연히 필용과 부딪히며 티격댄다. 그러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되고 여기에 동참한다. 하지만 필용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은 온데 없이 집념인지 집착인지 이 일에 매달리고 지원과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까지 흘러 아내 효경이 남편의 변화를 눈치챈다. 게다가 한지 복본화 사업이 무산위기까지 놓이는데…